산야초

[스크랩] 노각나무

배불똑이 2008. 6. 22. 21:39
녹각나무

 

노각나무는 차나무과에 딸린 중간키나무로 세속을 초월한 도인의 품위가 있는 나무이다. 잎은 시원스럽게 널찍하고 여름철에 좋은 향기가 나는 큼직한 흰 꽃이 핀다. 배롱나무나 모과나무를 닮은 껍질이 아름다워서 요즈음 정원수로도 인기가 있고 나뭇결이 아름답고 빛깔이 고와서 가구나 그릇을 만드는 사람들이 가장 귀하게 여긴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나무에 신비로운 약성이 감추어져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어떤 본초학 책에도 적혀 있지 않지만 노각나무는 간염이나 간경화증, 지방간과 같은 여러 종류의 간질환과 손발마비, 관절염 등에 뛰어난 치료 효과가 있는 약나무다. 어혈을 풀어주는 효과도 탁월하고 알코올 중독, 농약 중독, 중금속 중독을 풀어주는 작용도 뛰어나다. 산에서 넘어져 발을 삐었거나 다쳤을 때 노각나무 껍질을 짓찧어 붙인 다음 노각나무 껍질이나 잔가지를 달여서 먹으면 오래 지나지 않아 통증이 없어지고 부은 것이 내린다.

내가 어렸을 적에 경북 금릉군 수도산에 약초를 캐는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그 분은 노각나무를 위주로 하고 인동덩굴, 오갈피, 만삼, 옻나무, 마가목과 같은 몇 가지 약초를 보태어 달여서 황달이나 간경화증, 위장병, 신경통 등 어지간한 병은 말끔하게 고치곤 하셨다.

그 분은 늘 노각나무를 달인 물을 병에 담아 갖고 다니면서 음료수 처럼 마시곤 하셨는데, 그것을 마시면 뼈가 튼튼해져서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뼈를 다치지 않고,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으며 상한 음식을 먹어도 탈이 나는 법이 없다고 하셨다. 노각나무의 효력 때문이었는지 그 분은 과연 백살이 넘도록 건강하게 사시다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노각나무를 달여서 먹어 보았다. 달짝지근한 맛이 있어 먹기가 괜찮았다. 노각나무는 고로쇠나무나 박달나무, 거제수나무 처럼 수액을 받아 마실 수 있다. 이른 봄철 잎 트기 전에 나뭇가지를 꺾거나 나무에 상처를 내면 달콤한 맛이 나는 수액이 줄줄 흘러내린다. 오래 전에 지리산 한신 계곡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크게 자란 노각나무에 올라갔다가 실수로 작은 가지 하나를 꺾었더니 수액이 마치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바람에 나뭇가지에 입을 대고 정신없이 받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수액을 그릇에 받아서 마시면 여러 간질환과 위장병, 신경통, 관절염 등에 좋은 효험이 있다. 노각나무는 고로쇠나무나 거제수나무보다 수액이 훨씬 많이 나오고 맛도 좋다. 그런데도 이 나무의 수액을 받아 마시는 풍습이 없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노각나무는 우리나라 특산 식물이다. 특산 식물이란 우리나라 말고는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자라지 않는 식물이란 뜻이다. 잘만 활용하면 관상용으로도 세계적인 나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한국토종약초연구소 회장 최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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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 : ^ ^ 순-----


학   명 : Stewartia koreana Nakai
다른이름 : 노가지나무(경상남도), 비단나무, 금수목(양덕)

< 설  명 >



꽃이 귀한 요즈음 산 중턱에는 매끈한 몸매, 홍황색 얼룩무늬 수피, 물결모양 꽃잎을 하늘거리며 시선을 사로잡는 나무가 고고하게 서 있다. 몇 안 되는 한국 특산식물의 하나로 학명에 ‘korean’을 붙이고 있는 소중한 우리 나무 노각나무다. ‘노각’이란 이름은 나무껍질이 ‘녹각(鹿角)’, 즉 사슴뿔을 닮았다 하여 비롯했다.

배롱나무나 모과나무처럼 붉은색 얼룩무늬 수피가 마치 비단을 수놓은 듯하다 하여 비단나무(錦繡木)라고도 불린다. 여름철엔 겨울에 피는 동백꽃 모양의 흰 꽃을 새 가지 밑동 겨드랑이 사이에서 탐스럽게 피워 얻은 이름이 하동백(夏冬栢)이다.

계란형 잎이 오렌지 빛 단풍으로 곱게 물드는 가을, 열매가 5각뿔형 삭과로 익는다. 낙엽이 떨어진 겨울철 빼어난 얼룩무늬 몸매에서 노신사의 품위가 느껴진다.

이른 봄철 싹 트기 전, 나무에 상처를 내면 고로쇠나무보다 훨씬 많은 양의 달콤한 수액이 나온다. 맛이 훨씬 좋다고 하나 별반 알려지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7종의 노각나무가 있다. 그중 단연 한국산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아름다운 꽃, 오렌지 빛 단풍, 비단을 수놓은 듯한 수피를 감상하기 위해 외국에서 가로수로 심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 생장속도가 빠르지 않으나 내한성 및 내음성, 내병충해성이 강하며, 공해에 잘 견딘다. 중부지방이 점점 따뜻해져 우리나라 전역에서 생육이 가능하다. 노각나무로 우리의 거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출처 : 십이월의 항구
글쓴이 : 십이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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